1밀리미터 곰벌레가 방사선 노출에도 멀쩡한 이유
- 사회적 연대
- 2024. 11. 4.
1.5mm 크기의 작은 절지동물 곰벌레는 인간 치사량의 천배가 넘는 방사선에 노출돼도 멀쩡하다. 물곰 DNA에는 방사능에 대처하는 세 가지 분자 체계가 있다. 우주비행, 핵오염 대비, 노화와 수명 연장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곰벌레의 특이한 신체 능력에 주목하고 있다.
지구 최강 생존력 1밀리미터 곰벌레
곰벌레는 이끼, 강이나 호수의 퇴적물에 주로 서식한다. 곰벌레(물곰)는 좌우 8개의 다리로 느릿느릿 움직여서 완보동물이라 부른다. 영하 270도의 극저온이나 150도의 고온에서도 죽지 않으며 물이 없어도 수십 년을 견뎌낸다.
대기압의 1천 배가 넘는 압력과 인간 치사량의 천배가 넘는 방사능인 3000~5000 그레이 방사선량에도 멀쩡하다. 이러한 놀라운 능력 덕분에 지난 5억 년 사이에 일어난 다섯 번의 대멸종에서도 꿋꿋하게 살아남았다.
곰벌레가 방사선 노출에도 멀쩡한 이유
곰벌레가 극한의 환경에서 살아남은 비결은 신진대사 활동을 멈추고 몸을 휴면 상태로 만드는 능력에 있다. 우주비행, 핵오염 대비, 노화와 수명 연장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곰벌레의 이러한 특이한 신체 능력에 주목하고 있다.
https://www.hani.co.kr/arti/science/science_general/1164773.html
그동안 과학자들은 물곰이 극한 환경에 처할 경우 생체 물질을 감싸주는 트레할로스란 당분과 신진대사를 늦춰주는 단백질 등을 찾아냈다. 그러나 물곰의 종류는 1500종이 넘는다. 물곰의 생존 능력의 대부분은 아직 규명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신종 곰벌레의 세 가지 분자 체계
2024년 10월 중국 베이징 유전체학연구소 연구진이 방사선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는 물곰의 생체 분자 메커니즘을 밝혀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베이징 연구진은 6년 전 중국 허난성 푸니우산에서 채취한 이끼 표본에서 학계에 보고되지 않은 물곰 히르시비우스 헤나넨시스(Hypsibius hennanensis)를 처음 발견하고 명명했다. 이번 연구는 이 신종 물곰의 유전자 분석 결과다.
연구진은 신종 물곰의 게놈을 해독한 결과 1만 4701개의 유전자를 찾았으며 이 가운데 30%는 완보동물에만 존재하는 유전자라는 걸 알아냈다.
그런 후, 인간이 견딜 수 있는 것보다 훨씬 강력한 200~ 2000 그레이 Gy, 방사선량 단위)의 방사선에 노출시킨 뒤 물곰의 유전차에서 일어나는 반응을 살펴봤다.
그러자 DNA 복구, 세포 분열, 면역 반응에 관여하는 유전자 2801개가 활성화되었다. 이 과정에서 연구진은 물곰이 방사선을 견뎌내도록 해주는 세 가지 분자 체계를 발견했다.
첫째와 둘째는 손상된 DNA 복구 능력이다. 우선 TRID1이라는 유전자는 특수 단백질을 모아 방사선으로 손상된 DNA 이중 가닥을 보고하는데 도움이 되는 단백질을 만들어냈다.
또 다른 유전자는 미토콘드리아의 ATP합성에 중요한 것으로 알려진 두 가지 단백질을 생성했다. 이 두 단백질도 DNA 복구를 돕는 것으로 보인다고 연구진을 덧붙였다.
셋째는 항산화 단백질 생산 능력이다. 물곰 유전자의 0.5~ 3.1%는 다른 유기체로부터 얻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수평적 유전자 전이라고 부른다.
연구진은 이 가운데 박테리아에서 얻은 것으로 보이는 DODA1 유전자가 '베탈레인'이라는 4가지 유형의 항산화 색소를 생산하는 데 관여한다는 걸 알아냈다.
이 항산화 색소는 방사선에 노출될 때 세포 안에서 만들어지는 유해한 반응성 화학물질 가운데 일부를 제거했다. 방사선으로 인한 세포 손상의 60 ~ 70%는 이 반응성 화학물질에서 비롯된다. 연구진은 베탈레인 중 하나로 인간 세포를 처리해 보았다. 그랬더니 실제로 방사선 생존력이 훨씬 더 높아지는 것을 확인했다.
우주 탐사 암 치료 등에 응용 기대
25년간 완보동물을 연구해 온 노스캐롤라이나대의 세포생물학자 밥 골드스타인 교수는 방사선에 대한 물곰의 반응은 유전자 별현이 작동하는 방식을 재조정하는 것과 같다며 전쟁 때 일반 공장을 군수품 공장으로 전면 개조하는 것에 비유했다.
연구진은 이번 발견이 우주에서 활동하는 우주비생사들을 방사선으로부터 보호하고 핵오염을 정화할 뿐 아니라 암 치료법을 개선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물곰 생존력의 특징은 극한 환경에 대한 적응진화의 산물이 아니라 극한환경을 견뎌내는 능력이다. 물곰은 극한환경에서 서식하는 생물이 아니다. 따라서 물곰도 극한 환경에 노출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사망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럼에도 극한의 기온이나 산소 결핍, 탈수, 기아 등의 다른 혹독한 환경을 견디게 해주는 물곰의 분자 체계를 연구하면 더욱 광범위한 응용 분야가 나올 수 있다.
골드스타인 교수는 백신처럼 쉽게 손상되기 쉬운 물질의 유통기한을 늘리는 데도 물곰의 생존 비결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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맺음말
1.5mm 크기의 작은 절지동물 곰벌레는 인간 치사량의 천배가 넘는 방사선에 노출돼도 멀쩡하다. 물곰 DNA에는 방사능에 대처하는 세 가지 분자 체계가 있다. 우주비행, 핵오염 대비, 노화와 수명 연장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곰벌레의 특이한 신체 능력에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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